한밤중에 차라투스트라는 섬의 등성이를  넘어갔다. 아침 일찍 건너편 해변에 닿아 그곳에서 배를 타기 위해서 였다. 그곳에 다른 나라의 배들은 행복의 섬을 떠나 바다를 건너가려는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산을 올라갔고, 그렇게 오르는 도중에 젊은 시절부터 수없이 거듭했던 외로운 방랑을 회상했다. 얼마나 많은 산과 산등성이와 산꼭대기를 올랐던가.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방랑자이며 산을 오르는 자다. 나는 평지를 사랑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앞으로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든, 그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거기에는 늘 방랑과 산을 오르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결국 자기 자신만을 체험하는 존재가 아닌가.

내게 우연한 일들이 닥칠 수 있는 그런 때는 지나갔다. 이미 나 자신의 것이 아닌 그 어떤 일이 새삼 내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오직 되돌아옴이 있을 뿐. 나의 고유한 자기, 그리고 이 자기를 떠나 오랫동안 낯선 곳을 떠돌며 온갖 사물과 우연들 사이에 흩어져 있었던 것, 그것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또 한 가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이제 마지막 정상, 내게 그토록 오랫동안 유보되어온 것 앞에 서 있다. 아, 나의 더없이 험난한 길을 이제 올라야 한다. 아, 나의 더없이 고독한 방랑이 시작된 것이다.

나와 같은 인간은 이러한 시간을 피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시간을, 이제 비소로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정상과 심연, 그것은 이제 하나로 연결되었다.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지금까지 그대의 최후의 위험이라고 불리었던 것이 이제 그대의 최후의 피난처가 되었다.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그대의 뒤에 이미 어떠한 길도 없다는 것, 그것이 이제 그대의 최상의 용기가 되어야 한다.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몰래 그대의 뒤를 따르는 자는 그 누구도 없어야 한다. 그대의 발로써 그대가 걸어온 길을 지워버렸고, 그 길 위에는 불가능이라고 씌어 있다.

이제 그대는 타고 오를 사다리가 없으므로, 자신의 머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 어떻게 위로 올라갈 수 있겠는가.

그대 자신의 머리를 타고, 그대 자신의 심장을 심어라. 그대의 가장 부드러운 것도 이제 가장 준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아끼기만 하는 자는 결국 그렇게 너무 아끼다 병들고 만다. 그러니 준엄하게 되는 것을 칭송하라. 버터와 꿀이 넘쳐흐르는 땅을 나는 칭송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려면 자기 자신을 놓아버릴 줄 알아야 한다. 산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런 혹독함이 필요하다.

인식하는 자로서 눈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어떻게 만사에 있어서 겉으로 드러난 근거 이상의 것을 볼 수 있을 터인가.


그러나 아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모든 사물의 바닥과 그 배경을 보려고 했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 자신을 넘어서 올라가야 한다. 위로, 더 위로, 그대의 별들이 그대의 발 아래 놓일 때까지.

그렇다. 나 자신과 나의 별들마저도 저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 나는 그것을 나의 정상이라 부른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정상으로 내게 남겨진 것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방랑자>편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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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대학진학 전까지 읽은책 : <셜록홈즈>, <삼국지>.


대학진학


1. 대학 1학년 교양과목 철학시간의 과제때문에 학교도서관에서 까뮈의 <이방인> 읽음.

2. 이방인에 충격받고 까뮈의 <페스트> 및 <시지푸스의 신화> 읽음.

3. 프랑스작가칸 옆의 독일작가칸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읽음.

4. 같은 독일작가칸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읽음. 충격.

5. <향수><비둘기><콘트라베이스><깊이에의 강요등 전권 읽음.

6. 그옆의 일본작가칸에 갔다가 대부분의 책에서 무라까미 하루끼란 이름 발견.

7. 대표작 <상실의 시대> 읽음. 충격.

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양을쫓는모험><댄스댄스댄스등 전권 독파. 충격.

9. 더이상 읽을책이 없어서 (그때는 <해변의 카프카>도 나오기전이라) 단편집 및 수필집 전부 읽음.


취직


10. 상실의 시대에 나와서 유명해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게츠비> 읽음. 이해안됨.

11. 상실의 시대에 나왔던 토마스만의 <마의산> 읽음. 이해안됨.

12. 상실의 시대에 나왔던 <수레바퀴 아래서> 읽음. 

13. <호밀밭의 파수꾼> 읽음. 본격적으로 세계문학전집 사모으기 시작.


퇴사후 프랑스체류


14.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성채> 읽음. 재미는 있지만 어려움.

15. 하루끼가 언급했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읽음. 감동.

16. 톨스토이의 <부활> 읽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읽음.

17. <마의산> 다시 읽음. 조금씩 이해됨.


귀국 및 취직


18. 단테의 <신곡> 겨우 읽음. 전혀 이해 안됨.

19. 하루끼가 언급했던 잭런던의 <모닥불> 외 단편집 읽음. 충격

20.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음. 감동.

21.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읽는중.








아직 저도 입문단계이긴 하지만 입문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토마스만의 <마의산>입니다. 계속해서 읽고 있구요. 10번 넘게 읽은 것 같은데 점점 많은 부분이 이해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고전을 쓰신 위대한 분들은 후손들을 위해서 (라고 확신할수는 없지만 아무튼) 많은 것들을 고전속에 담아두고 떠났으며, 책속의 인물또는 사건들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속에는 그 동안 축적된 인류의 지혜가 고스란히 들어있으며, 그 것들을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우리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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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 은전 한 닢

문학 2009. 9. 30. 18:07


은전 한 닢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莊)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 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거치른 손바닥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돈을 손바닥에 들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 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으로 몇 닢씩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大洋) 한 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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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남부 항구 도시인 아나폴리스는 나지막한 집들이 아름답게 늘어서 있는 곳이다. 미국 최고의 대학교 중 하나인 세인트존스대학교 (St. John's College Annapolis) 가 자리한 곳이리도 하다. 이 대학교에는 흥미로운 커리큘럼이 있다. 


세인트존스대학교에서 4년 동안 해야 하는 일들은 이렇다. 지금껏 쓰인 수백 권의 위대한 책들을 읽고 연구한다. 플루터르크와 아리스토텔레스, 아르키메데스로 기본을 쌓은 뒤에는 20세기 저작들을 향해 나간다. 


이렇게 하게 하는 이유는, 독서와 토론을 모두 마치면 세계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 게더스,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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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호메로스 <일리아스> <오디세이>
아이스킬로스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에우메니데스> <묶인 프로메테우스>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필록테테스>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에우리피데스 <히폴리토스> <바카이>
헤로도토스 <역사>
아리스토파네스 <구름>
플라톤 <메논> <르기아스> <변명> <크리톤> <파에돈> <향연> <파르메니데스> <테아이테투스> <소피스트> <티마이오스파에드루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물리학> <형이상학> <니코마쿠스 윤리학> <생성, 소멸론> <정치학동물부분론> <동물의 생식에 관하여>
유클리드 <기하학원론>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플루타르코스 <뤼쿠로고스> <솔론>
니코마코스 <산술론>
라부아지에 <화학요론>
하비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연구>
아르키메데스, 파렌하이트, 아보가드로, 돌턴, 까니차로, 버르초우, 마리오트, 드리슈, 게이 뤼삭, 슈페만, 스티어스, J.J. 톰슨, 멘델레예프, 베르톨레, J.L.프루스트의 논문들



2학년

성경
아리스토텔레스 <영온론> <명제론> <분석론 전편> <범주론>
아폴로니우스 <원뿔곡선론>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플루타르코스 <시저> <젋은 카토>
에픽테토스 <오록> <편람>
타키투스 <연대기>
프톨레마이오스 <알마게스트>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성 안셀무스 <프로스로기움>
토머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이단 논박 대전>
단테 <신곡>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
드프레 <미사곡>
마키아벨리 <군주론> <대화론>
코페르니쿠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루터 <그리스도교도의 자유에 대하여>
라블레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이야기>
팔레스트리나 <파파에 마르셀리 미사곡>
몽테뉴 <수상록>
비에트 <분석 기법 입문>
베이컨 <신 오르가논>
셰익스피어 <리처드 2세> <헨리 4세> <헨리 5세> <템페스트> <뜻대로 하세요>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코리올라누스> <소네트집>
마블, 던, 기타 16~7세기 시가
데카르트 <기하학> <방법서설>
파스칼 <원뿔곡선론>
바흐 <마채 수난곡> <인벤션>
하이든 현악 4중주
모차르트 오페라
베토벤 소나타
슈베르트 가곡
스트라빈스키 <시편교향곡>



3학년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갈릴레오 <두 새 과학에 관한 논의와 수학적 논증>
홉스 <리바이던>
데카르트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정신 지도 규칙>
밀톤 <실낙원>
라 로슈푸코 <잠언>
라 퐁텐 <우화>
파스칼 <팡세>
호이헨스 <빛에 관한 논문> <충격에 의한 육체의 운동에 관하여>
엘리엇 <미들마치>
스피노자 <신학 정치론>
로크 <통치 이론>
라신 <페트르>
뉴턴 <프린키피아>
케플러 <대요6>
라이프니츠 <단자론> <형이상학 서설> <역학에 관한 논문> <철학논문집> <이성에 기초한 자연과 은총에 과한 원리>
수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흄 <인성론>
루소 <사회계약론> <인간 불평등 기원론>
몰리에르 <인간형오자>
애덤스미스 <국부론>
칸트 <순수 이성 비판> <도덕 형이상학 기초>
모차르트 <돈 조반니>
오스틴 <오만과 편견>
데데킨트 <수론에 관하여>
영, 맥스웰 ,테일러, 오일러, 베르누이의 논문들



4학년

미국연합규약
미국독립선언서
미합중국헌법
대법원 판례집
해밀턴, 제이, 매디슨 <연방주의자>
다윈 <종의 기원>
헤겔 <정신현상학> <논리학>
로바체프스키 <평행선 이론에 대한 기하학 연구>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링컨 <연설문 선집>
키에르케고르 <철학 단상> <공포와 전율>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마르크스 <자본론> <1884년의 경제학 - 철학 초고> <독일 이데올로기>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멜빌 <베니토 세레노>
트웨인 <헤클베리 핀의 모험>
오코너 이야기 선집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 <아주 간단한 요령>
나체 <음악의 정신에서 비극의 탄생> <차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피안>
프로이트 <정신 분석학에 관하여>
발레리 <시가>
부커 워싱턴 선집
두 보이스 <흑인의 영혼>
하이데거 <철학이란 무엇인가>
하이젠베르크 <양자 이론의 물리적 원리>
아이슈타인 선집
밀리컨 <전자>
콘래드 <어둠의 한가운데>
포크너 <곰>
예이츠, 옐리엇, 월러스 스티븐스 보들레스 랭보의 시가
패러데이, 톰슨, 멘델, 민코프스키, 러더퍼드. 데이비슨. 슈뢰딩거, 보어, 맥스웰, 드 브로이, 드리슈, 오스테드, 앙페르. 보베리, 서턴, 모건, 비들, 테이텀, 얠로,웻슨, 크릭, 자코브, 모노, 하디의 논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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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전쟁과 평화같은 책들이 1,2학년때 엄청난 고전을 읽은 후에야 4학년때 읽는 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우리가 접하기 쉽다고 해서 근대고전문학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굳이 미국까지 갈 필요없이 시간을 내어 한권씩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링크(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03/02/0200000000AKR20100302200000005.HTML?did=1179m


<대학교 신입생이 된 60대 총장님>

'아임 어 스튜던트'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쉰일곱 번째 생일을 앞두고 암에 갈려 1년 시한부 선고까지 받은 미국 랜돌프메이컨 대학 총장 로저 마틴은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후 새로운 마음으로 인생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그의 도전은 다시 배움의 자리로 돌아가 보는 것. 예순한 살이 된 그는 안식년에 특별한 전공 없이 인문학을 두루 공부하는 곳으로 유명한 세인트존스 대학에 들어가 '오디세이'와 '일리아드'를 펴들었다.

열여덟 살 동급생들과 함께 줄을 서서 학생증을 받고, 실제 학창시절 게을리한 그리스 고전 문학을 끙끙거리며 읽고, 스포츠 정신을 살려 보겠다며 조정부에 들어가 고생하는 일화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자기 처지를 설명할 준비를 했으나 동급생들은 아예 관심이 없어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체력이 달려 조정 연습을 망쳤다가 눈칫밥을 먹기도 하며, 학생들에게 친한 척 말을 붙였다가 함께 있던 딸로부터 "20대도 아닌데 쿨한 척하지 말라"는 타박을 듣기도 한다.

세대간 단절은 좀처럼 극복되지 않고 끝까지 성공보다는 실수와 실패의 일화가 더 많이 나열되지만, 저자는 두 번째 대학 생활에서 생기와 원동력을 얻는다.

그는 교육계에서 반평생을 보내고도 체감하지 못한 '인문학 교육은 평생 간다'는 사실을 그리스 고전을 직접 읽으며 겨우 깨닫고, 팀워크가 중요한 조정 경기에서 자신이 삶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음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 삶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아직 내게 아직 미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 이것이 내가 이 괴상하고도 멋진 안식년 휴가를 얻은 진짜 이유다."


관련기사링크(2)

http://magazine.hankyung.com/apps/news?popup=0&nid=05&nkey=2011021100010119095&mode=sub_view


[Column] 대학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본보기
수잔 교수의 미국 유학 성공법- 세인트존스 대학 이야기
미국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대학 가운데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학교가 하나 있다. 이 대학에는 전공과목이란 게 없다. 몇 개의 선택과목을 제외한 모든 교과과정이 학생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교수들은 개별 전공 분야에 국한된 수업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강의를 한다. 이곳에는 필기시험이 없다. 점수도 없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우수한 교육의 질은 어떤 대학보다 수준 높다고 인정받는다. 

이 학교가 바로 세인트존스 대학(stjohnscollege.edu)이다. 특히 ‘고전 읽기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교과과정은 수많은 대학이 본떴을 만큼 유명하다. 학생들은 4년 동안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고 논문을 쓴다. 그것이 전부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 세계 문명의 발달사를 두루 공부한다. 이 과정은 다른 수업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세인트존스 대학은 학문 세계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시험이나 점수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에서 가장 어려운 학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수업은 소규모로 이루어진다. 아무리 규모가 커봐야 학생 15명을 넘지 않는다. 

수업은 같은 방식으로 시작된다. 교수가 질문을 던진다. 하나의 텍스트에 한 가지 질문이다. 이 질문은 학생들의 토론을 유발하고 그 토론은 종종 수업 후 교실 밖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대학의 교수들은 놀라운 질문을 던지고 놀라운 답을 유도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학문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어떤 주제든 그 주제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세인트존스 대학은 이런 이상에 따라 학생을 가르친다. 이 대학 졸업생들이 과학, 법률, 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세인트존스 대학은 ‘스스로 고르는’ 대학으로 인정받는다. 입학 지원자 역시 이곳에서 받을 깊이 있는 교육을 원한다는 의미다. 이 대학에는 한 해 20~30명가량의 유학생이 입학한다. 특별한 할당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에 이른 학생이라면 거의 누구나 받아들인다. 

하지만 많은 유학생이 대학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학 전공이나 경영학 수업에 대해 전자우편으로 묻곤 한다. 전공과목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편입 학점도 없으며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프로그램이 적용된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한다.

이 대학의 과정은 미국 학생들에게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1학년 학생들은 생물학을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한다. 많은 학생들이 ‘왜 이런 낮은 수준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의아해한다. 학생들의 머릿속에 ‘과학의 본질’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학에 대한 긴 논문을 써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거의 경악한다. ‘수학이란 결론이 딱 떨어지는 학문인데 그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는 태도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학생들은 과학의 본질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과학이 즐거운 학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준비한다면 이 학교 교과과정의 핵심인 ‘토론’에 주목해야 한다. 수업에서 사용되는 영어는 구어체인 데 반해 영어 학원이나 토플 같은 시험에서 테스트하는 영어는 규칙에 준하는 표준 용법 영어다. 

교과서 밖에서는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영어는 다리를 건설하고자 할 때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가 필요한 것처럼 어느 면에서는 유용하다. 하지만 일시적인 지원 도구에 불과하다. 결국 폐기되고 만다. 

토론에 필요한 일상 영어를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 대학의 교육 목적, 즉 인간 지성의 해방을 성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미국 대학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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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님의 선시

문학 2009. 8. 5. 17:45


만국의 도성들은 개미 집이요,



권력을 좆는 영웅 호걸은 초파리 같구나.



밝은 달빛 아래 발 씻고 누우니,



코 끝을 스치는  청량한 솔잎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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