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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8 그대의 별들이 그대의 발 아래 놓일 때까지 487




한밤중에 차라투스트라는 섬의 등성이를  넘어갔다. 아침 일찍 건너편 해변에 닿아 그곳에서 배를 타기 위해서 였다. 그곳에 다른 나라의 배들은 행복의 섬을 떠나 바다를 건너가려는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산을 올라갔고, 그렇게 오르는 도중에 젊은 시절부터 수없이 거듭했던 외로운 방랑을 회상했다. 얼마나 많은 산과 산등성이와 산꼭대기를 올랐던가.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방랑자이며 산을 오르는 자다. 나는 평지를 사랑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앞으로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든, 그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거기에는 늘 방랑과 산을 오르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결국 자기 자신만을 체험하는 존재가 아닌가.

내게 우연한 일들이 닥칠 수 있는 그런 때는 지나갔다. 이미 나 자신의 것이 아닌 그 어떤 일이 새삼 내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오직 되돌아옴이 있을 뿐. 나의 고유한 자기, 그리고 이 자기를 떠나 오랫동안 낯선 곳을 떠돌며 온갖 사물과 우연들 사이에 흩어져 있었던 것, 그것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또 한 가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이제 마지막 정상, 내게 그토록 오랫동안 유보되어온 것 앞에 서 있다. 아, 나의 더없이 험난한 길을 이제 올라야 한다. 아, 나의 더없이 고독한 방랑이 시작된 것이다.

나와 같은 인간은 이러한 시간을 피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시간을, 이제 비소로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정상과 심연, 그것은 이제 하나로 연결되었다.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지금까지 그대의 최후의 위험이라고 불리었던 것이 이제 그대의 최후의 피난처가 되었다.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그대의 뒤에 이미 어떠한 길도 없다는 것, 그것이 이제 그대의 최상의 용기가 되어야 한다.

그대는 위대함으로 통하는 그대의 길을 간다. 몰래 그대의 뒤를 따르는 자는 그 누구도 없어야 한다. 그대의 발로써 그대가 걸어온 길을 지워버렸고, 그 길 위에는 불가능이라고 씌어 있다.

이제 그대는 타고 오를 사다리가 없으므로, 자신의 머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 어떻게 위로 올라갈 수 있겠는가.

그대 자신의 머리를 타고, 그대 자신의 심장을 심어라. 그대의 가장 부드러운 것도 이제 가장 준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아끼기만 하는 자는 결국 그렇게 너무 아끼다 병들고 만다. 그러니 준엄하게 되는 것을 칭송하라. 버터와 꿀이 넘쳐흐르는 땅을 나는 칭송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려면 자기 자신을 놓아버릴 줄 알아야 한다. 산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런 혹독함이 필요하다.

인식하는 자로서 눈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어떻게 만사에 있어서 겉으로 드러난 근거 이상의 것을 볼 수 있을 터인가.


그러나 아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모든 사물의 바닥과 그 배경을 보려고 했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 자신을 넘어서 올라가야 한다. 위로, 더 위로, 그대의 별들이 그대의 발 아래 놓일 때까지.

그렇다. 나 자신과 나의 별들마저도 저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 나는 그것을 나의 정상이라 부른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정상으로 내게 남겨진 것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방랑자>편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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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y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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